들어가며
밤이 지나면 기억을 잊어버리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소녀 히노 마오리와 평범한 고등학생인 카미야 토루의 사랑 이야기.
일본에서 로맨스 소설로 전격 소설대상 "미디어 워크스 문고상" 입상
동명의 영화가 제작된 소설이다.
줄거리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냥 아름다울일 뿐인, 내게는 아무 의미도 없을 여자애가 말했다.
첫째, 학교 끝날 때까지 서로 말 걸지 말 것.
둘째, 연락은 되도록 짧게 할 것.
마지막으로 셋째, 날 정말로 좋아하지 말 것
모르는 남자애의, 모르는 여자애 (知らない彼の、知らない彼女)
가미야 도루는 거짓 고백으로 고등학생의 사랑을 시작한다. 히노 마오리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잃고 있고, 도루를 '나의 남자친구님'이라고 부른다.
그렇게 조건 연애를 시작하다가 도루는 마오리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고 마오리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알려준다.
내일의 히노도 내가 즐겁게 해줄게
하지만 도루는 상관없다며 앞으로의 연인 관계도 이어나가며, 매일 그날의 일상을 기록하는 마오리의 일기장에도 자신이 남자친구임을 적지 말라고 한다.
그렇게 즐거운 날들을 보내다가 도루의 죽음을 맞이했을 때에도 히노는 기억 장애 때문에 아무런 추억도 감정도 남아있지 않는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마음을 아파하며,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
이즈미의 입장에서는 도루의 기억을 지우는 것이 히노에게 새로운 시작과 정신적인 회복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즈미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히노가 고통 속에 오래 머물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기억 지우기가 히노에게 진정한 도움이 되었을까. 사랑과 상실은 인생에서 중요한 성장의 한 부분이며, 이러한 감정들은 시간을 통해 수용하고, 결국에는 스스로 치유해 나가야할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도루에 대한 기억이 사라진다고 해도 히노는 삶에서 또 다른 상실과 고통을 마주할 것이고 그때마다 기억을 지우는 방식으로 회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르는 여자애의, 모르는 남자애 (知らない彼女の、知らない彼)
불행중 다행으로 히노의 기억상실증은 회복되는데, 흔적은 없지만 누군가의 존재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즈미에게서 모든 사실을 듣고, 자신의 일기와 수첩을 돌려받은 히노는 꼼꼼하게 그곳에 쓰여 있는 내용을 읽는다.
"난 아무것도 기억 못해. 그렇지만 살 거야. 그래서 언젠가 전부 생각해낼 거야"
히노는 도루의 모든것을 기억해내고자 한다. 비록 아무것도 기억 못할지라도, 언젠가 모든 기억을 되살려내겠다고 다짐한다.
마치며
마오리는 어딘가 아프고 극복할 수 없는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 책에서는 마오리와 토오리의 시각을 번갈아가며,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가 좋아하는 또다른 작품인 '상실의 시대'에서도 비슷한 감정의 결이 있다. 두 작품 모두 청춘의 사랑과 상실의 무게를 다루면서 그 과정에서 인물들이 느끼는 공허함과 외로움을 표현한다. 사람을 기억하고 잃는 과정이 주요 주제이면서 마오리가 기억을 잃는 다는 점은 사랑과 존재의 무의미함을 다룬다. 그러면서도 매일 하루를 반복하며 다시 시작되는 인연 속에서 상실을 대면하는 장면을 통해 여운을 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청춘의 상실감과 현실의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오는 공허한 감정을 냉소적인 주인공의 시각으로 보면서 사랑과 외로움의 감정을 그려낸다. 반면에 이치조 마사키의 작품은 순수한 사랑의 가치를 끝까지 지키려는 두 주인공의 모습에 집중하여 보다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색채를 띈다.
기억 상실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인해 이 작품은 사랑을 매일 새롭게 시작하는 경험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을 보여준다 하루마다 사람을 잊어버리고 새로 기억해야한다면, 순간순간을 어떻게 대할지, 고민하게도 하는 책이다.
소재에 대한 편견을 보기 좋게 없애버렸다. 인상적인 반전이 담겨있다.
나는 내 지금의 순간이라는 기억을 어떻게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가.
마치며2
같은 이야기를 '와타야 이즈미'의 시점으로 담아낸 스핀오프 소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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