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은 일본 문학에서도 많은 영향력을 미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1949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처한 환경에 따라 내면적인 고민과 사회와의 갈등을 자전적인 요소를 깊게 반영하였다. 이 달에는 전자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고 리뷰를 한다. 200페이지 남짓이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인줄 알았는데, 전하는 메시지가 너무 무거운 작품이었다.
감상
총 세 개의 줄거리(수기)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인 요조는 일반적인 사람과는 다른 독특한 감각을 가지고 있어 항상 많은 생각으로 살아간다. 그래서 타인과의 대화가 힘들고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처세술)을 어려워한다. 그래서 나름의 생존전략으로 광대와 같이 남을 웃기면서 자신을 희생하면서 그들 속으로 녹아든다. 고민할 필요없이 마주치는 누구든 자신을 낮추게 된다. 하지만 이런 삶을 살수록 자아를 상실하고 사회와는 소외되어 결국에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
요조는 사회와의 관계에서 지속적인 실패와 좌절을 경험한다. 그가 나름대로 세운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실격자'라고 느끼며, 내면적인 고뇌를 끊임없이 경험한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사회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결국 자신의 본질과 정체성마저 잃어버리려 한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사회의 기대치란 무엇일까. 그 기대치를 찾고, 만족시키는 과정에서 인간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일까를 탐구하게 한다. 요조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내면적인 고뇌와 사회적 소외감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오래 전에 출간된 작품임에도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날까지 보편적인 주제로 자리잡아 고민하게 한다. 다자이 오사무의 개인적인 경험과 사회적 관찰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지만, 작가로서의 환경과 생애가 작품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요조는 빈번한 실패를 겪으며 절망과 우울을 느낀다. 스스로가 사회와 다른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끼며, 삶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다. 동시에 자신의 가치와 존재 이유에 대한 의심을 하게 되며, 살아갈 의지를 이어갈만한 이유를 찾으려 할 때, 더 복잡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그럼에도 어떤 순간적인 감정들이 희망으로 다가왔을까. 요조는 가족, 친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일시적인 연결과 애정에서 잠시나마 위안을 얻는다. 순간적인 인간적 연결은 삶의 의미를 찾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사회적 고립으로부터 자신의 한계와 부족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자신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한다. 남들과의 관계가 어려울 때, 익살을 떨며 사람들을 웃길 때 자신을 좋아해준다는 감정을 느낀다.
이 작품에서 긍정적인 부분은 다 다루었다. 나머지는 암울하리만큼 어두운 분위기를 내며, 주변 환경이고 사람이 잔인해질 수 있는건가 싶을 정도로 요조에게 많은 시련이 닥친다. 실제로 작가는 다섯 번의 자살 시도를 했다고 전해지며, 마흔 정도에 생을 마친다. 두 번째 수기부터는 '술', '담배', '여자', '마약', '자살' 등의 부정적인 단어들이 눈에 띄게 많이 등장한다. 서서히 무너져내리는 요조의 멘탈과 함께 무너질뻔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멘탈을 붙들고 읽어야 하는 책이다.
서로를 속이면서도 희한하게 전혀 상처도 입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 차리지 못하는 듯 정말이지 뚜렷한, 그야말로 맑고 밝고 선명한 불신의 예가 인간의 삶 속에는 가득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아아, 인간은 서로를 전혀 모릅니다. 완전히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평생 믿고 지내다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상대방이 죽으면 울면서 조사(弔詞) 따위를 읽는 건 아닐까요?
요조는 처세에 능하고 사회적 기대를 충족시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복잡하고 상반된 감정을 느낀다. 이들에 대한 부러움과 비판이 공존하는데, 사회적 성공을 통해 얻는 인정과 보상에 대한 동경이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자신이 겪는 고뇌와 소외감을 통해, 어떻게 누군가가 그토록 잘 적응하고 성공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이들이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과 가치를 사회적 기대에 맞추기 위해 희생한다고 느끼며, 이로 인해 그러한 생활 방식을 거부하고 비판한다. 요조는 사회적 기준과 개인의 진정성 사이에서 갈등하며, 이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사회에 순응하는 것이 정말 옳은 길인지, 아니면 자신만의 내면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인지에 대해서.
신뢰는 죄인가요?
과연 순수한 신뢰심은 죄의 원천인가요?
부끄럼 많은 삶을 살아왔다.
마치며
이 작품은 오래 전에 출판됐음에도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현대 사회의 사람들은 SNS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연결될 수 있는 초연결 시대를 살고 있다. 동시에 진정한 의미에서의 소통과 연결감을 잃어가고 있으며 요조가 느낀 소외와 고립은 지금 우리가 느끼고 있는 감정과 많이 유사하다. 또한 현대사회는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성공을 요구한다. 또다른 사회적 압력은 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데 어려움이 된다. 자기 개발을 쫓으며 정체성을 잃어가는 삶은 아이러니하다.
'인간실격'의 요조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진실된 자신이 될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바쁘고 바쁜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표면적인 관계와 소셜 미디어의 만들어진 자아에 지친 상태에서, 진정성 있는 자기 표현과 소통의 가치를 찾고 싶어 한다. 이 작품은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추천하는 비슷한 책
현대사회의 사회적 기대와 내면적 고민을 갈등하는 다른 책도 추천한다.
《이방인》 알베르 카뮈
《데미안》 헤르만 헤세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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