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한달에 두 권 정도씩 책을 읽었다. 하나하나씩 정리해서 리뷰로 포스팅하고 있다.
독서의 끝은 완독이 아닌 기록임을 실천하고 있다.
일
살아남는 것은 똑똑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다윈
2024년 회고 - 대 AI 시대와 글쓰기
2024년은 글쓰기의 힘을 많이 느낀 한 해였다. 본업으로 감사 보고서를 작성하고, 부업으로 악성 앱 분석 칼럼을 투고한 데 이어 작가로서 책을 출판했다. 스스로 글쓰기를 잘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큰 오산이었다. 초고를 편집자께 전달했을 때 수많은 검토의견으로 가득 차있던 파일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때의 나는 단순히 흥미롭게 접했던 분야에 조금 먼저 관심을 가졌던 사람일 뿐이었고 기술서라고 기록한 내용에는 온갖 비문이 가득했다.
글쓰기는 곧 생각이다. 글을 쓰지 않고 생각하면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다. 글을 써본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은 사고회로가 다르다. GPT를 막상 써보면 그럴듯한 언변과 뜻밖의 논리를 가지고 있어 흠칫 놀라게 한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이 정말 생각을 깊게 한 것일까. 뜯어보면 크게 어려운 말도 없고 특별한 메시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내가 하고 싶었던 말과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나열해준다. 머리로는 알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던 생각을 인공지능이 해내는 것을 보면서 그간의 어휘력과 문장력을 돌아보게 된다. 할 말은 많지만 쓸 만한 말이 없다.
글쓰기는 어렵다. 막연한 생각을 글로 적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글을 쓰려면 명확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명확하게 생각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글쓰기에는 막연한 기대감과 시작하는 데에서 오는 어려움이라는 상반된 힘이 있다. 작가가 되어 글을 쓰면서 더 많이 느꼈다. 글을 쓰기 어려워 하는 사람은 많고 나처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많다.
AI는 이러한 글쓰기 장벽을 많이 허물었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데 두려움을 없애주었다. 몇 줄의 프롬프트 만으로도 10장 짜리 에세이를 출력할 수 있고, 몇 마디만 덧붙이면 입맛에 맞게 수정해준다. 학교나 직장 어디에서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 앞으로 글을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이 아닌, AI를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으로 구분될 것이다. 애매하게 글을 쓰는 사람은 사라질 것이다.
글쓰기는 생각하기인데, 이런 글쓰기를 AI가 대체한다고 사람의 생각까지 대체할 수 있을까. 이번 블로그 챌린지를 하면서도, 글쓰기에 대해 조금 더 생각을 자주하는 시간을 가진다. 나는 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남아 애매한 글쓰기를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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